[바라나시] 인도하면 역시 바라나시지 본문
"인도 어느 도시가 제일 좋았어요?"
인도를 여행하다보면 만나는 여행객끼리 어색할 때 물어보는 단골 질문이다.
장기여행자나 짧게나마 느끼고 싶어 온 단기여행자나 어느 도시가 제일 좋았는지 묻기 마련이다.
짐작컨대 여행객 열에 아홉은 바라나시라고 할 것이다.
지겹게 들었었다. '인도를 가면 바라나시를 꼭 가봐라', '나는 바라나시만 한달 넘게 있었다.' 등등..
가장 맛있는 음식을 나중에 먹는 나는 바라나시를 종착점으로 삼아 한달동안의 인도여행을 계획하였다.
여행하며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먼저 바라나시로 가버렸고
나는 다른 곳도 일정대로 봐야한다는 생각에 참으며 주변 도시를 혼자 돌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사람을 만났고 유치하게도 첫 눈에 반해 버렸다.
처음엔 나도 섣불리 다가가진 못했다. 그런데 몇일 동안 가는 족족 마주치게 되었고 어쩌다보니 그녀와 함께 다니게 되었다.
함께 다닌지 나흘 헤어질 때, 나는 부푼 마음을 전했고
그녀는 답을 하지 않고는 그냥 바라나시에서 나를 기다리겠다 하였다.
그렇게 연락처 하나 없이 바라나시로 가버렸고 나는 완곡한 거절이구나 하고 낙담하여 일정대로 오르차로 갔다.
오르차의 유적 옆으로 흐르는 강물에서 인도 아낙들이 커다란 흰 천을 빨래하였고 나는 관광이고 뭐고 앉아 그 장면을 하염없이 쳐다봤다.
계속 보고 있자니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었다. 오르차고 나발이고..
결국, 다음 날 아침 기차로 바라나시로 향했고 가는 내내 가면 만날 수나 있을지 어디에 있을지 머리 속이 복잡했다.
도착해 게하에 짐을 풀고는 그녀를 찾으러 길을 나섰다.
지도를 들고선 돌아다녀보아도 당연히 만날 수 없었고 뜨거운 햇빛에 얼굴이 벌겋게 익어 어지러웠다.
그렇게 해가 기우는 늦은 오후였다. 누런 갠지스 강물이 빛받아 황금색으로 일렁일 때쯤이었다.
강가 바로 앞에 그녀가 앉아있었다. 날 보고 놀란 그녀의 얼굴도 발갛다.
이쯤되면 무슨 삼류 영화수준이다. 그렇다. 나는 그 당시 흥행하던 '김종욱찾기'를 꿈꾸었다. 하지만 현실은 '찌질의 역사' 였다.
만난 지 반나절만에 그녀는 떠나야했고 허무하게 남겨진 나는 바라나시에서 일주일 넘게 젬베를 쳤다.
토굴같이 어두운 방에서 종일 인도인과 젬베를 치는 나의 모습에 지나가던 사람들은 나를 사두로 착각하고 인도말로 인사를 건냈다.
그렇게 궁상맞게 배운 젬베가 마음에 들어 한국에 짊어지고 온 것도 가관이다.
그 후에 한국에서 연락된 그녀를 몇 번 더 만났지만 여행지의 어느 인연처럼 자연히 멀어지게 되었다.
바라나시가 힌두교에서 성지이고, 다양한 의미가 있는 곳임을 나도 안다.
하지만 나에게 바라나시라고 하면 강가에 있던 그녀의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물론, 찌질했던 내 모습도 떠올라 이불도 찬다.
그래도 인도하면 그래.. 역시 바라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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