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바라나시로 떠났고 동행들과 모두 헤어져 혼자 오르차로 왔다. '오르차'는 숨어 있는 곳이란 뜻이란다. 오래된 유적엔 원숭이만 앉아 강물이 흐르는 것을 보고 있다. 딱 이런 풍경을 원했다. 이렇게 평화로운 시골 풍경을 보며 마음을 달래려 했는데 결국 바라나시행 저녁기차를 타러 갈 수 밖에 없었다.
인도를 돌아다니다 보면 아이들이 참 이쁘고 귀엽다 거무스름한 피부에 대비되는 동그랗고 큰 하얀 눈 카메라를 들고 있으면 서슴없이 다가와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고 보여달라고 했다. 이 파란색 벽이 마치 야외 스튜디오장 같은 조드푸르에서 유독 그러했다. 나는 카메라 가지고 달아날까봐 스트랩을 꼭 붙들며 사진을 보여주곤 했다. 간혹 돈을 달라는 아이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단호한 표정으로 안 된다고 하면 자신도 멋쩍은지 그 큰 눈으로 내 단호한 눈을 마주 보며 머리를 긁으며 웃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장 한장 사진을 모아 집에서 보는데 마음에 담아 두었나 보다 다음 해 티벳을 갈 땐 볼펜을 한 움쿰 사야 만 했다.
이곳은 예전에 실크로드의 큰 교역지였다고 한다. 황토색뿐인 이 건물들에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을 보고 디즈니 애니메이션인 '알라딘'이 떠올랐다. 초딩 시절 일요일 아침마다 엄마가 깨우지 않고도 칼 같이 일어나 반쯤 뜬 눈으로 보곤 했었지. 성벽에 걸려진 양탄자들과 낙타를 타고 다니는 상인들, 코끼리 문양의 알라딘 바지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까지 알라딘은 정말로 이곳을 모티브 한 것이 아닐까. ( 응 아니야 ) 시장거리를 구경하다 지쳐 맥주나 마시러 타이타닉 게하 루프탑으로 올라갔다. 그곳에서 누가 기증하고 간 이병률의 '끌림'을 보게 되었는데 감성 어린 나의 가슴에 쉽고 빠르고 정확하게 여행뽕을 맞게 되었다. ( 덕분에 지금까지 더 미친 듯 여행 다닌 것 같다. ) 식사시간이 되자 사람들이 올라왔고 일행이..
델리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파키스탄 국경에 연접한 도시 암리차르에 갈 수 있다. 가뜩이나 추워 죽겠는데 굳이 북쪽으로 올라온 이유는 암리차르가 시크교의 성지여서였다. 시크교는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사상이 합쳐져 탄생한 종교로 거지같은 델리의 삐끼들과는 다르게! 시크교도들은 굉장히 친절하고 하고 다니는 행색도 멋졌다. 시크교도들은 종교적 이유로 다섯가지 K를 몸에 지니고 다녔는데 깍지 않는 머리카락과 수염, 나무빗, 단검, 쇠팔찌, 속바지이다. 지금 찾아보니 지식백과에 이렇게 나온다. 시크교도 특징 1. 근면함 - 거지가 없고 인도 평균 소득의 2배 이상 2. 용맹함 - 덩치가 크고 인도 군대의 20%가 시크교도인이다. 3. 따뜻함 - 종교를 막론하고 모든 방문객에게 식사와 숙소를 제공한다. - 지식백과 (..
봉사활동으로 8일동안 남인도를 갔다온 나는 델리공항으로 (aka 지옥의 입구)로 들어왔다. 델리기차역과 게스트하우스가 모여있는 여행자의 거리인 빠하르간지 사이엔 왕복 3차선 도로가 하나가 있는데, 이 도로를 건너면서 우리는 시험에 드는 것이다. 세상 순진한 표정으로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차가 멈출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 거지같은 델리가 지겹다는 표정으로 차가 오든 말든 건너는 사람 인도 삐끼 장인들은 이런 우리를 보며 행동 하나하나로 견적을 내는 것이다. 삐끼는 상상 이상이다. 역에서 표를 파는 사람부터 인포데스크 직원 심지어 경찰까지 그야말로 믿을 놈 하나 없다. 이 일차 시험에서 낙방한 이들은 델리기차역 2층에 모여 4박5일 관광버스를 뭣도 모르고 타 끌려다니며 한 달치 돈을 탕진하고 그래도 안전히 보..
입장료 1100루피, ' 4일치 밥값이나 되는 금액에 거길 꼭 들어갈 필요가 있을까?' '그냥 높은 건물에서 보는 거랑 들어가는 거랑 똑같아' ' 그냥 사진이랑 똑같아 돌덩이야 아그라 솔직히 안와도 그만이야' 10년전 여행 당시엔 카톡은 무슨 유심 꽂은 핸드폰도 없던 시기였다. 당시 핸드폰을 들고 여행을 다니는 게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던 나는 인천공항 가기전 서랍에 핸드폰을 고히 넣어두었었다. 그러니, 여행 중 정보라고는 게하에서 만나는 사람들이나 기차나 버스에서 자연스럽게 옆자리에 앉게되는 여행자의 훈수뿐이었다. 타지마할을 보러 아그라를 간다고 하니 다들 저렇게 말했었다. 아마 아그라에 있는 인도 삐끼들이 정말 극성이어서 다들 학을 떼서 그럴 것이다. 얼마나 극성이었나면 일본 여자 여행객이 식당에서 먹..